1. “타투를 안 보이는데 작게 해야 쉽게 저지를 수 있으니까요. 일단 하나 하면요, 두 번째는 쉽게 금방 돼요. 금방 또 세 개 되고, 네 개 되고, 자꾸 늘어나죠.

2. 지금은 0이니까 1이 되기 어려운 거예요. 작게든 안 보이게든 일단 1을 하면 그다음 2번 3번은 쉽게 되니까요. 그 2번 3번을 위해 첫 번째 타투를 일단 해보시라는 거죠. 이건 그냥 마중물이에요.

3. 하나 하고 나면 생각이 달라져요. 타투가 하나만 있으면 그 하나가 내 모든 것을 대표하는 것처럼 생각이 들거든요. 근데 사람이 그렇지 않잖아요. 단순하게 하나로 대표될 수가 없거든. 그래서 나를 표현할 또 다른 그림이나 글을 찾게 되고. 그래서 2번 3번이 저절로 막 이어져요.

4. 거창하게 평생의 철학이나 그런 거 찾지 말고-그러면 어려워서 못 해요-그보다는 좋아하는 걸 생각해봐요. 예전에 포틀랜드를 여행하면서 타투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포틀랜드에는 타투 한 사람이 진짜 많거든요. 커피 마시러 가면, 식당에 가면, 일하는 사람들이 다들-과정 좀 보태서 진짜 다들-타투가 있어요. 다 각양각색인데 개성 넘치고 너무 멋있더라고요.

5. 그게 왜 멋있나? 생각해봤죠. 자기다워서 멋진 거더라고요. 물론 저는 그분들을 잘 모르지만, 세 보이려고 위협적인 그림을 넣거나 한 게 아니고 초콜릿을 그렸다거나, 안경을 그렸다거나, 그런 식이에요. 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거 그리는 게 멋진 거구나 싶었어요.

6. 제 타투는요. 달리기하는 거, 서핑, 파도, 태양, 맥주, 빈땅이에요, 발리 맥주. 제 타투들은 다 이런 거예요. 여기 이거는 나이키와 애플이 같이 만든 나이키 플러스. 이것 때문에 제가 달리기를 시작하게 됐거든요. 이건 저희 집 고양이들. 고양이들이 캠핑을 하고 있는 거예요.

7. 타투를 하나 하고 나면 자꾸 생각하게 돼요. 다음엔 뭘 할까. 저는 그런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나는 뭘 좋아하는 사람인지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것. 나에 대해 생각하는 거잖아요. 남들보다 우월하지 않아도 내가 나여서 괜찮은 것들을 생각하는,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나의 고유함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 말이죠. 쉽게 가질 수 없는 거잖아요.”

8. 고양이를 한 마리 키우기 시작하면 필연적으로 둘째를 들일까 말까 고민하게 된다. 타투도 그렇다. 첫 번째 타투를 한날부터 나는 줄곧 두 번째 타투를 생각했다. 나다운 것은 무엇인지,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타투로 새긴 후 오랜 시간이 지나 그때는 계속 좋아하지 않더라도 내 인생 한 시절에 이랬노라고 기록할 만한 것은 무엇일까. 떠오르는 게 있을 때마다 메모장에 적었다. 적어놓은 생각들은 시간을 먹고 점점 자란다.

[출처]

• 사는이유/장인성/북스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