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가 좋아하는 건 뭘까?’라는 안테나를 세우고 다녔다. 처음엔 막막해서 다른 사람들은 어떤 것에 재미를 느끼는지, 무엇을 배우러 다니는지, 어디에 돈을 쓰는지 물어보곤 했다.

2. 그러다 조금만 마음이 꿈틀대면 보석함에 넣고 하나씩 꺼내보기 시작했다. 사소하게는 유튜브를 보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음식점에 가서도, 친구와 얘기를 할 때도 내가 ‘재밌다’고 느끼는 모든 콘텐츠와 주제를 수집했다. 나는 이게 왜 재밌는지, 어떤 부분을 흥미 있어 하는지, 지금 뭘 해보고 싶은지를 계속 생각하고 시도해 보기 시작했다.

3. 댄서들의 영상을 보다 용기 내 등록한 댄스 학원을 몇 년째 다니게 됐다. 서점에 가서 나와 전혀 다른 분야의 책을 하루 종일 읽어보기도 하고, 좋아하는 작가의 글쓰기 수업도 들었다. 평소 애정 하던 아티스트의 공연, 인기 있는 브랜드의 팝업스토어, 구독하고 있는 크리에이터의 강연도 찾아다녔다. 영상 기획과 제작을 배우러 교수님을  쫓아다니며 몇 개월간 연희동에 짐 싸 들고 수업을 들으러 다니기도 했다.

4. 몇 년에 걸쳐 꾸준히 시도하면서, 어떤 것들은 금방 멈췄고, 어떤 것들은 지금도 여전히 취미로 남아있다. 또 어떤 취미들은 나의 새로운 일로 연결되기도 했다.

5. 덕업일치를 이루고 나서도, 여전히 나는 취미를 찾아 나선다. 일하는 사람에게 취미가 필요한 이유를 이제는 잘 알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바로 ‘남의 인정’에 치중된 우리의 삶에 ‘자신의 인정’을 듬뿍 넣어주기 위해서다.

6. 필연적으로 자기 능력을 증명하고, 결과물로 보여주고, 타인의 평가를 받아야 하는 일터의 세계에서 잠시 빠져나와, 오로지 내면의 목소리에만 집중하면 되는 취미의 세계에서 헤엄쳐보길 바란다. 서툴고 잘 해내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좋아하는 마음 하나 들고 시작했다가 그대로 끝나버려도 된다. 남과 비교할 필요도 없다. 반짝이고 좋아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 자체가 기특한 일임을 기억하자. 그저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고 시도하는 자신을 마구 예뻐해 주면 된다.

7. 댄스학원에서 나와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런 생각을 했다. 자신이 좋아하고, 재미를 느끼는 일에 시간을 내어준다는 것은 무척 가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8. 단순히 내가 즐기기 위한 일을 시작해 보자. 그 일이 당신을 어디로 데려갈지는 모르는 일이다. 설령 코앞에서 멈춘다고 해도, 전보다는 분명 좀 더 재밌는 삶이 될 거다.

[출처]
• 어차피 일할 거라면 원하는 일 할게요/앤가은/미래의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