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는 사람이 기쁘지 않으면 장미까지도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풀밭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그때 거미줄에 둘러싸인 나뭇잎 속에 번데기가 매달려 있는 것이 보였다.

무언가 그 속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번데기에 금이 가고 조그만 다리 하나가 나왔다. 그리고 검은 머리가 보였다. 나비 한 마리가 비틀거리며 바깥으로 몸을 내밀었다. 아직은 형편없이 구겨진 모습이었다. 어린 왕자가 말했다.

“안녕.”

“잠깐만!”

자신의 흉한 모습이 드러나자 고통스러워하며 나비가 대답했다. 나비는 태양을 향해 버둥대며 앞발로 날개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천천히 날개를 펼쳤다. 그 날개는 붉은 띠 하나와 하얀 반점들이 군데군데 찍혀 있는 검은 벨벳 같았다. 나비는 여유롭게 몸을 닦고 윤을 냈다. 그러고는 날개를 수직으로 내리기도 하고 태양을 향해 세우기도 했다.

마침내 정신을 차린 나비가 말했다.

“안녕.”

어린 왕자가 소리쳤다.

“정말 놀라운 일이구나! 그 우중충한 껍질 속에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이 들어 있다니.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어.”

“누구나 자신을 계발해야 해.”

나비는 이렇게 속삭이면서 기울고 있는 석양빛 속으로 나풀거리며 날아갔다.

헬가 쾨니히스도르프Helga Konigsdorf라는 이상한 이름을 가진 작가의 <어린왕자와 나무빛깔 눈을 가진 소녀>라는 이 아름다운 이야기는 오래도록 내 심상의 하나로 간직되어 있단다.

사람들은 누구나 계발되지 않아 마비된 것들을 자기 내면에 많이 가지고 있지. 그 흉하고 초라한 것 속에 구겨져 있는 나비를 구출해 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자기혁명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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