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행복하게 살려면 재미있어 하는 것이 분명해야 한다. 재미있어 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부분 멍해진다. 그리고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대답한다. 그러나 그 내용이 모두들 비슷하다. 여행 가는 것, 영화 보는 것 정도가 대부분이다.

2. 그러나 정말로 좋아하는 것은 보다 구체적이어야 한다. 여행을 가더라도 어떤 방식의 여행인가가 분명해야 한다. 영화를 보더라도 어떤 종류의 영화가 좋은가가 분명해야 한다.

3. 재미 공동체를 찾아라. 사람들은 이 재미공동체에 자신의 운명을 걸 정도다.

4. 내가 좋아하는 것이 분명치 않은 이들은 먼저 컴퓨터의 검색 사이트를 찾아 들어가라. 그리고 검색창에 지금 내 머리에 떠오르는 좋아하는 단어를 쳐본다. 노란 장미가 떠오르면 노란색과 장미를 쳐보는 것이다. 거기에는 장미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부터 노란색 우산을 파는 사람들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그중 마음에 드는 이야기가 오가는 온라인상의 모임에 적극 참여하면 된다. 낚시 동호회만 해도 중층 낚시동호회, 베스 낚시동호회, 견지 낚시동호회 등 매우 다양하다.

5. 이러한 재미공동체에서는 나이, 외모, 성별 따위가 전혀 중요하지 않다. 같은 재미를 느낀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족보다 가까운 사이가 된다. 낚시꾼이 놓친 고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안다. 놓친 고기는 모두 팔뚝만하다. 침을 튀겨가면서 어떻게 놓쳤는가를 이야기하면 모두들 넋을 잃고 듣는다. 모두들 안다. 놓친 고기는 사실 손바닥만 했다는 것을. 그러나 모두들 팔뚝만한 고기를 놓친 것으로 생각하며 한숨을 함께 쉬어가며 아쉬워한다.

6. 사소한 재미가 진짜 재미다. 영화 재미는 두 시간이지만 사소한 재미는 평생 간다. 새소리 듣는 것도 취미가 된다. 이 친구는 소리만 듣고 50종류의 새를 구별할 수 있다. 시간만 나면 이 친구는 새소리를 들으러 다닌다.

7. 어떤 사람은 목요일만 되면 산에 올라간다. 목요일에는 나무를 봐야 한단다. 나무에 관한 한 이 사람은 모르는 것이 없다.

8. 새소리와 나무가 재미있다면 세상에는 정말 재미있는 것 투성이다. 놀이 공원도 없었고 골프도 없었던 시대의 우리 조상들은 이렇게 사소한 재미로 인생의 즐거움을 삼았다. 어느 동네에 매화가 예쁘게 폈다 하면 며칠을 걸어 찾아가 그 꽃을 바라보는 재미로 살았다. 글씨 쓰는 재미로도 살았다.

9. 사소하게 즐겨야 한다. 저녁 식사 후 아이들과 손잡고 나서는 산책 길이 행복하고 아내와 밤늦은 시간에 함께 마시는 포도주 한 잔이 즐거워야 한다. 아파트 입구에 핀 촌스런 색깔의 들꽃에 기뻐할 줄 알아야 한다. 방바닥을 뒹굴며 듣는 낡은 LP음악에 감격해야 한다.

[출처]

• 노는 만큼 성공한다/김정운/21세기북스